소란스런 날들이다.

들어서자 마자 기선제압이다.

"여기 사장 어딨어?!! 누가 사장이야?"

세트로 맞춰놓은 듯한 아이템을 하고 안하무인 톤으로 입장하신다. -전라도 어디쯤엔가 청담동 모처의 챠밍스쿨에 버금가는 '배드스쿨'같은게 있음이 분명하다. 거기에서 팔자형 워킹, 힘들어간 어깨 라인, 각잡힌 헤어스타일, 금장 악세사리, 관객을 압도하는 눈빛 등을 교육하는게 분명해 보인다. 겨드랑이에 손가방 끼우고 건들거리기도 함께…. 이들은 21기 졸업생 정도일 것이다. 교육은 잘 되었고 응용력도 좋아보인다.

"야 이 새끼들아! 씨~발, 전화를 하면 받아야 할 것 아니야!! 으?
아니 우리가 뭐 해를 입히려는 것도 아니고 지금 난리가 났어.
야, 너! 사장한테 전화 좀 해봐!
아니, 니들이 잘 모르능가본데, 으? 저쪽 사장들이 다 건달들이라고오!
모여서 여기 쳐들어 온다는데 내가 달래서 지금 강남역 식당에 있다고, 으? 알어?
우리가 잘 돼야... 으?.. 회사도 잘 될 것 아닌가! 으?... 씨발.
사장한테 전화했어?"


사무실은 정적이 감싼다. 원하는게 무엇이든 그들은 (교육 받은대로) 일단 그렇게 시작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세계는 선빵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더욱이 이건 스포츠가 아니다. K1이 아니라는 거다. 공이 울리고 서로 손을 부딪히는 인사따위는 필요치 않다.

어느샌가 스스로 넓은 회의실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곤 회의가 시작된다. 이들을 누가 '무식' 하다고 했던가. 그들에게도 룰이 있으며 굴려야할 영역에 맞는 적절한 감각이 존재한다. 서로의 의견이 오가고 회사에 전달할 내용이 일사천리로 정리된다. 비록 악필이긴 하지만 특별히 오타도 없어보인다.

"이거슨요~ 제가 다른거 다 해보니까요이~. 이렇게 되드라고요.
그니까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이~. 일단 뭐냐며는요.
이거시 너무 빨라서 뭐가 뭔지를 통 몰르드라고요.
그니까 제 얘기는 뭐시냐면요~"


팔짱을 낀 채 턱만 연신 쓸고있었다. 들어올 때와는 다른 나근나근한 말투가 이질적이다. 간간히 고개를 끄떡여서 돌아보는 그의 시선에 대답해준다. 입을 떼면 안 된다. 아차하면

"긍게, 그거시 이짝으로 가야된다는거 아녀요"

라는 대답이 튀어나와버릴지 모를일이다.


깍뚜기 행님들과의 만남은 그래서 시골 不랄친구를 다시 만난듯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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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oopsmax 2005/09/01 18:08 수정/삭제/ 댓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몸 사리세요. 작업 환경이 참 살벌하군요.
    <무등산 타잔, 박흥숙> 포스터의 문구가 생각납니다.
    "전라도 새끼가 깡패밖에 할 게 더 있냐?"

  2. BlogIcon akgun 2005/09/01 19:55 수정/삭제/ 댓글

    거참, 어디선가 귀한 자료를 보셨군요. 무등산 타잔, 박흥숙 이라...
    어려운 발음에 안 어울리게 산뜻한 별명인걸요.
    문제는 전후사정 안보는 깍뚜기 행님들이 보시면 oopsmax님을 '갈아' 마시겠다고 하시지 않을까 심이 우려됩니다. 몸 조심하시길...

  3. zapzap 2005/09/02 00:18 수정/삭제/ 댓글

    그니까.. 오늘도 조직의 스카웃제의는 없엇던 거시냐??

  4. BlogIcon akgun 2005/09/02 09:57 수정/삭제/ 댓글

    "고향이... 혹씨이?? 절라도오? 글쭐 알았써이~" 그렇게 형동생 하자고 하면 곤란...
    더욱이 나보고 형 하라고 하면 더욱 난감-_-

  5. BlogIcon oopsmax 2005/09/02 12:24 수정/삭제/ 댓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말씀드리는 건데,, 저의 친가와 외가쪽은 모두 전라도 기반입니다.
    "전라도 새끼가 깡패밖에 할 게 더 있냐?"라는 문구에 씁쓸했었고요.
    그리고 저는 깍두기보다 알타리 무김치나 열무 김치를 선호합니다.

  6. BlogIcon akgun 2005/09/02 15:26 수정/삭제/ 댓글

    잘하셨습니다. 오해의 소지는 반드시 끊고 넘어가야 합니다. 더욱이 그분들의 심기에 관한 사항이라면 놓쳐서는 안되지요. 암요.

    요리의 일가견은 집안 내력일 수 있겠군요. 꼬들빼기는 안 좋아하시는지 묻고싶습니다.

  7. BlogIcon oopsmax 2005/09/03 09:39 수정/삭제/ 댓글

    no comment.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질문이라 생각됩니다.

  8. BlogIcon akgun 2005/09/03 10:14 수정/삭제/ 댓글

    연정제의를 무시하시는 거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이 글까지 코멘트가 8개!)

  9. BlogIcon oopsmax 2005/09/05 06:56 수정/삭제/ 댓글

    戀情이 아니라면 무시하겠습니다,, 어차피 정치판엔 별로 관심 없어요. '_';
    괄호 안의 문장을 '재롱'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9 comments.)

  10. BlogIcon akgun 2005/09/05 11:50 수정/삭제/ 댓글

    제 인고의 세월이 함축된 한 줄을 '재롱'으로 여겨주시다니 감개가 무다립니다.
    戀情이라... 그거 아세요? 초코파이에 초코 없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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