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은 좀처럼 거두어지지 않았다.

내 주변의 두 발로 움직이는 생명체들에게 다소 실망스런 기분이었으며, 그동안 믿었던 관계에 대해서 배신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내 삼십 년 인고의 세월이 휴지조각 처럼 흩어 보다 못하단 말인가?
그런 와중에도 몇몇 인간으로써의 도리를 아는 생명체가 있어서, 다른 하찮은 미물들의 귀감이 되겠기에 정리해본다.

천하미인 - 두루마리 휴지(그녀의 미모처럼 아리따운 꽃이 그려진)
홍대박씨 - 마가리타 [Margarita] 한 병
bellbug - 치약 2통

정리할게 적어서 좋다. -_-;;



기다려도 기약없는 품목들을 마냥 들여다 보고 있을 수 없기에 토요일 밤을 이용해서 본인께서 직접 ㅤㅆㅛㅂ핑에 나서셨다. 가까운 월드컵경기장의 까르푸가 타켓이다. 차량협조는 jamsan이 해 줬지만 그건 그거고 집들이 선물은 선물인거다!!

아무튼, 자동차 키를 넘겨받고 사야할 리스트를 정리하러 책상앞에 앉았을 때, 문뜩 서글픔이 봇물처럼 솟아올랐다.
영화를 혼자 보러갈 때에도, 혼자서 술을 마실 때에도, 혼자서 밥을 먹을 때에도 꿎꿎했던 내 마음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쓸쓸함이 서늘하게 몸을 감싼다.
컴을 켜고 MSN 메신저에 접속한다. 마음은 하나다.
'성별이 여자인 아이디를 골라서 같이 까르푸가자고 무조껀 보챈다' 였다.

없다. 아무도.. 아무리 토요일 밤(의 열기)이라지만 이토록 마땅한 처자가 없단 말인가.
내 삼십 년 인고의 세월이 휴지조각 처럼 흩어진다.


내게 필요한 것은 휴지 한 장, 하이타이 한 박스, 퐁퐁 한 병, 때밀이 수건 한 장이 아니었던 거다.
낯선 땅에 첫발을 들여놓는, 그 두려움으로 어린 고양이처럼 웅크린, 그 벗의 안녕을 도모하는 따듯한 마음, 그 마음이 필요했던 거다.!!!

늦었다 싶을 때가 가장 빠를 때임을 우린 모두 알고있다.


내 삼십 년 인고의 세월이 휴지조각.......이 되어 돌아오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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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apzap 2005/09/05 13:55 수정/삭제/ 댓글

    졋3... 녹차 티백들고 3일 안에 가겟3

  2. 2005/09/05 14:18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BlogIcon 강산 2005/09/05 15:55 수정/삭제/ 댓글

    헐헐헐 ,,, 머라 할 말이 없군,,,ㅠ.ㅠ;;; (쫀쫀)

  4. BlogIcon 강산 2005/09/05 15:56 수정/삭제/ 댓글

    당장 바이크 타구 어여 와라,,, 휴지 남아돈다,,,다 주마,,

  5. BlogIcon bellbug 2005/09/05 19:20 수정/삭제/ 댓글

    저는 도리를 아는 생명체 벨벌레입니다.

  6. raw 2005/09/05 21:55 수정/삭제/ 댓글

    컵은 폭풍이 지나가면 바로 채워두지.

  7. 천하 2005/09/05 22:10 수정/삭제/ 댓글

    아직 안갔으면 연락때려.내가 차도 몰아주지.

  8. dogy 2005/09/05 22:44 수정/삭제/ 댓글

    엄마.. 저 ㅤㅎㅛㅇ아 흙 머거..

  9. BlogIcon akgun 2005/09/06 09:18 수정/삭제/ 댓글

    zapzap// 품질 좋은 상급 茶이길 바랄뿐...

    비밀댓글// 차단 버튼이 어딨더라 -_-;;

    강산// 아니 쫀쫀이 아니고오~ 이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내가 너 이사했을 때...(이거야말로 쫀쫀 -_-)

    bellbug// 어이쿠! 다리가 없으셔서 어쩌나. 쌓아뒀던 치약말고 다른 걸 내놓으란 말얏

    raw// 글쎄 그 폭풍이 언제 지나가냐고오~ 정확히 날짜를 못 박자고

    천하// 이미 다녀왔거든요. 茶나 몰러 오세요.

    dogy// 흙이나와 흙이

  10. bambam 2005/09/06 09:42 수정/삭제/ 댓글

    일단 집들이 공지를 때리셔야 사들고 가죠...ㅡㅡ;; 나는 언제 집들이 하나 기달리고 있었는데(비겁한 변명 입니까?)

  11. BlogIcon akgun 2005/09/06 10:06 수정/삭제/ 댓글

    뷔거판 변명입니다!!

    (사실, 집들이의 지출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12. BlogIcon oopsmax 2005/09/06 10:39 수정/삭제/ 댓글

    '포트럭 파티'로 하시면 될 것 같은데.. 흐;
    기분 이제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힘내세요. 좋은 친구분들을 두신 악군님이 부럽습니다.

  13. BlogIcon akgun 2005/09/06 10:59 수정/삭제/ 댓글

    이 글의 요지는 친구란 놈들이 겨우 '두발달린 미물에 지나지 않음'을 개탄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근데 '포트럭 파티'는 뭔가요? 언뜻 듣기에는 '무척 저렴한' 이라고 들립니다만 (솔낏)

  14. flic 2005/09/06 14:11 수정/삭제/ 댓글

    '포트럭 파티'는 서양에서 즐겨 여는 파티 형태의 하나로 참가자들이 각자 하나씩의 요리를 들고 와서 먹는 것이다.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은 장소를 제공하며 그릇과 수저 등만 내놓으면 되고 참가자들은 정성껏 만든 요리를 가져오면 된다.



    비스킷 한 조각과 따끈한 홍차 한 잔으로도 멋진 파티를 즐길 줄 아는 외국에서는 언제든지 부담없는 모임을 위해 포트럭 파티가

    자주 열린다. 특히 색다른 파티 분위기를 즐기고 싶지만 한 사람이 파티 준비를 해내기 어려운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초대한 사람은 멋지고 재밌는 컨셉의 파티 장식에 신경 쓰고 음식 준비는 서로 분담하여 간단하게 해결함으로써 실용적인 파티를 즐길 수 있다.

    파티 초대장에 'bring your own'의 약자인 ‘B.Y.O.'라고 쓰여 있으면 특별하게 알려주지 않더라도 자신이 먹을 음식 또는 음료수를 지참해야 한다. 초대장의 내용에는 어떤 형식을 선택하든 포트럭 파티를 보다 제대로 즐기려면 파티 메뉴의 '컨셉'정도는 명시해둔다. 포트럭 파티를 동양식으로 개최할 것인지,서양식으로 개최할 것인지 정도는 정해둬야 음식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누가 애피타이저를, 메인 요리를, 디저트를 준비할지 미리 정해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차갑게 먹어도 되는 음식을 손님들이 준비해오고, 뜨겁게 먹어야 하는 음식을 집주인이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친구들 저마다의 요리 솜씨를 살려 만든 음식으로 포트럭 파티를 연다면 각자의 솜씨를 평가하며 더욱 즐거운 파티를 보낼 수 있다. 혼자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도 없고 설거지 걱정도 없다는 것이 포트럭 파티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라지만 그릇과 수저도 없자나...

  15. BlogIcon akgun 2005/09/06 18:05 수정/삭제/ 댓글

    oTL;; 그...그릇과 수저만 사면 일단은 흉내라도 가능할까나?
    휴~
    생각해보니 '포트럭 파티'라고 다 모아봤자. 랩싸인 자장면, 군만두, 삼각김밥을 들고올 네놈들이 떠오르는구나...
    역시 럭셔리한 생활은 너희들한테서 멀어지는 것이었구나...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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