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

Note/movies 2005/10/04 14:47
연휴가 된 주말, 박사장이 넘겨준 일은 좀처럼 진도가 안 빠진다. 덕분에 녀석의 사무실에 출근(?) 해서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어흑;
자정이 넘은 사무실, 쾡~한 사내 둘만 남은 공간에 이상 야릇한 소리가 가득하다.- 야스런 상상들 하시는가? - 박사장이 녀석의 습관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 영화를 틀어놓은 것인데 이번 편은 '연애의 목적'이다. 사무실에 울리는 박해일과 강혜정의 목소리, 이게 7,80년대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한 추억에 빠지도록 한다. - 성우 몇명이서 펼치던 그시절의 뤠디오 드라마를 아시능가. 느끼한 대사로 점철되던 멜로는 키스신에서 정점해 달했었지.

작업 중간중간 손을 놓고 듣게 만들던 대사는 '정말 박해일 저자식! 제대로 수작 거는군' 이라하기에 충분했다. 박해일의 장난기 스럽게 조금 톤이 높은 말투와 무겁게 가라앉은 강혜정의 톤이 대사의 뉘앙스와 함께 솔낏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박사장의 자리로 쳐들어갔다.

"자,자, 잠깐만... 딱 오 분! 오 분만 보고 하께!"


감독 - 한재림
각본 - 고윤희, 한재림
음악 - 이병우

유림 - 박해일
홍 - 강혜정




다음날 작업실에 돌아와서 본 영화는 귀로만 듣던 영화와는 전혀 달랐다. 한 마디로 '연애가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랄까.
쓰레기 처럼 수작을 부리던 유림도 사랑을하고 있었고 불쌍토록 이용당(하는 듯)하던 홍도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좀 다르다. '다른 사랑이다'
보는 내내 이 영화를 여자들은 정말 안 좋아하겠구나 라는 생각과,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떠올랐다. 역시나 주변의 여자들은 "그영화 쓰레기"라는 한 마디로 요약 끝. 거기에 더해서 '여자친구랑 같이 본 남자'들 까지 "족(足)같은 영화" 라는 한 마디로 역시 요약 끝. -_-;;


예상대로 "역시나" 였으니 이유를 생각해 보자.
영화 '오아시스'나 이 '연애의 목적'이나 다 같은 사랑영화다. 둘 다 '다른 사랑' 소위 '똘아이' 같은 짓으로 사랑을 이룬다. 그런데 '오아시스'는 감명깊게까지 봤으면서 왜 '연애의 목적'은 쓰레기가 되는 걸까.

오아시스에서의 두 주인공은 사회의 소외계층이다. 막말로 거의 밑바닥 - 종두(설경구)는 사회 부적응자에 전과자이며 몰골은 거의 노숙자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 공주(문소리)는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깊고 진솔한 그들의 사랑은 '비주류'의 '다른 사랑'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연애의 목적'의 유림(박해일)은 고등학교 선생'님'이며, 홍(강혜정) 또한 교생 선생'님'이다. 더욱이 이 둘은 각각의 교제하는 - 결혼을 생각하는 - 상대까지 있다. 그런 둘의 사랑이 절대 용서될리 없는거다. 더욱이 유림(박해일)의 똘아이 짓이란 어떻게 감당이 안된다.

"우리 저기가서 키스만 하고 갈래요?"
"아니, 난 그냥 자자고 밖에 안했는데에~..."


교육자가 갖춰야할 도덕성, 여자가 지켜야할 정숙, 기존의 만남을 지속해야하는 도리, 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사회 부적응자와 장애인이 깨부셔야 할 사회적 시선보다 더 큰 것인가 보다.


이 영화는 '연애의 목적' 보다 '연애의 방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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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로봇,판타스틱4,배트맨 비긴즈,연애의 목적,사마리아

    Tracked from oopsmaxism 2005/10/10 15:43  삭제

    로봇(Robots), 판타스틱 4(Fantastic Four),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연애의 목적, 사마리아 머리 식히기의 목적으로 가볍게 본 영화들. 로봇(Robots) :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와 크리스 웻지 감독이

  1. raw 2005/10/04 15:09 수정/삭제/ 댓글

    박해일 이자쉭 ... 톤을 좀 높이면~ ... 알까기~ 그남자가 된다.

  2. BlogIcon akgun 2005/10/04 15:26 수정/삭제/ 댓글

    남자는 '시선'에 약하고 여자는 '목소리'에 약한 법이지.

  3. zapzap 2005/10/04 16:31 수정/삭제/ 댓글

    딱 5초만 넣을께요의 압박.

  4. BlogIcon akgun 2005/10/04 18:23 수정/삭제/ 댓글

    -_-;; 압박이 너무 심해서 사전 심의에 걸렸건만... 네가 나서주는구나.

  5. BlogIcon 연이랑 2005/10/04 19:35 수정/삭제/ 댓글

    ......

  6. BlogIcon akgun 2005/10/05 02:08 수정/삭제/ 댓글

    충격 받으셨군요?

  7. BlogIcon 연이랑 2005/10/05 02:30 수정/삭제/ 댓글

    충격은 무슨!
    그보다 할말이 너무 많이서 못하겠네요 ^^;;

  8. BlogIcon oopsmax 2005/10/05 04:30 수정/삭제/ 댓글

    쓰레기 아니던데. 재미있었어요. 박해일이 연기를 참 잘하더군요. 최홍(강혜정)의 집에 찾아가 창문 열던 장면에서 광기가 느껴졌어요. 다만 여성은 왜 '찍으면 넘어가는 존재'로 묘사되곤 하는지 불편. 이젠 익숙해져서, 혹시 (호르몬에 의한) 생물학적인 차이는 아닌지 아리송해질 지경입니다. 암튼 보려고 맘먹고 있던 영화인데 덕분에 후딱(?) 해치웠습니다. 감솨.

  9. BlogIcon akgun 2005/10/05 10:55 수정/삭제/ 댓글

    연이랑// 트랙백 쏘세요. 하긴, 연이랑님 홈의 순진무구엔 전혀 맞지 않은 소재라는 걸 인정합니다. (애들아 자제좀 해줘어~ 내 홈도 청순했던 시절이 있었다고오)

    oopsmax// 그래도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상당히 여성적인 영화로 보이던데요. 각본이 여성이어서 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찍으면 넘어가는 존재' 로 홍이 그려진 건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모든 연애영화는 '성장영화'에 가깝듯이 홍도 성장하고 자유의지를 가지죠.

  10. BlogIcon oopsmax 2005/10/05 12:23 수정/삭제/ 댓글

    처음엔 내숭이었는지 진심이었는지 몰라도 "이러지 마세요(혹은 왜 이러세요)"를 반복하잖아요. 그러면서도 유림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당(?)하죠. 그러다 결국 유림을 좋아하게 되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고 주변의 실화로도 이러한 정황을 종종 접합니다. '찍으면 넘어가는 존재'가 아니라시면 '예스면서 노우라고 하는(좋으면서 일단 빼는) 존재'로 그려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걸 일반화하여 일상에 적용시키는 사람들이 생기고요. 제가 페미 성향이 좀 있어서 삐딱한 시각으로 보았다 생각해 주세요.

  11. 일본인거주 관람자 2005/10/05 13:29 수정/삭제/ 댓글

    이 영화는 저와 절대로 안맞더군요...;;
    주위의 여성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남자주인공이 귀엽다고 느낀것에 대해 분노를 토합니다

  12. BlogIcon akgun 2005/10/05 14:15 수정/삭제/ 댓글

    oopsmax// '대쉬'하는 존재가 분명 남성(유림)으로 시작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근데 이건 남녀 성향과는 다른 유림 개인의 지분거림으로 묘사되죠. 그런 녀석에 관한. 뭐 홍의 애매한 태도가 페미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후에 희생되지 않고 성장한다는게 중요.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니고 무엇이 그려졌냐로 읽는게 좋은 케이스겠죠.

    일본인거주 관람자// 아이디가 재밌어요. "그때 그때 달라요~" 이면서도 확실함이 있는...^.,^;
    박해일이 귀엽게 보이는 것은 인생의 연륜이 있는, 그러면서 관대한 여성이라고 보여집니다. - 물론, 제 선입관입니다. 사실 감독이 유림을 '일반적인 남자'라고 말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럴수도 있는 남에 가깝죠. 전혀 없는 유형은 아닐테니까요. 더욱이 여자친구랑 같이 본 남자 들이 화내는 이유는 자기 여자친구를 저런식으로 꼬드끼는 놈들에 대한 분노 일 수 있겠습니다.

  13. BlogIcon 홍대박씨 2005/10/05 19:34 수정/삭제/ 댓글

    아니~ 나는 그냥 보라고밖에 안했는데~
    이렇게 일도 안하고 존내 분석까지 하면 어떡하냐구요~
    아니, 김선생님. 작업은 다 하셨어요?

  14. BlogIcon akgun 2005/10/06 13:25 수정/삭제/ 댓글

    니가 작업 스타일만 정확히 넘겼어도 이 고생은 안 했을거 아닌가.
    하여간 오너를 잘 만나야~

  15. 알콜 2005/10/06 16:41 수정/삭제/ 댓글

    재밌었어요! 좀 발칙하지만, ^_^

  16. BlogIcon akgun 2005/10/06 18:39 수정/삭제/ 댓글

    그 끝없는 작업정신을 배워둬야 할 텐데 말이죠.

  17. BlogIcon oopsmax 2005/10/10 15:46 수정/삭제/ 댓글

    늦었지만 트랙백으로 글 보냈습니다. ^ ^

  18. BlogIcon akgun 2005/10/10 16:13 수정/삭제/ 댓글

    마니 늦으셨네요. -_-;;
    그 라면 설문에 트랙백 날리려다 참은 거 아시죠?

  19. BlogIcon oopsmax 2005/10/11 00:08 수정/삭제/ 댓글

    성*물 문답 트랙백 기다린 거 아시죠? 라면 문답 트랙백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늦으면 좀 어때요. 흐~

  20. BlogIcon akgun 2005/10/14 14:46 수정/삭제/ 댓글

    잡았다!! 가끔 이렇게 놓치는 글이 있지 뭡니까.

    좀 늦은 트랙백에 대한 보고를 많이 늦은 댓글의 늦은 댓글로 좀 늦게 답했다고 이해를...뭐냐고 이게 -_-;;

  21. BlogIcon oopsmax 2005/10/17 18:30 수정/삭제/ 댓글

    그렇군요. 늦은 트랙백 보고에 대한 앙갚음이었군요.
    많이 늦은 댓글을 기꺼이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가 아니고 늦~~은 댓글에 대한 늦~~~은 댓글로 다시 마무리. 우훗~ (catch me if you can,,)

  22. BlogIcon akgun 2005/10/18 13:28 수정/삭제/ 댓글

    오전에 보았으나 점심먹고 와서 답하는 '앙갚음'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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