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1,2층 집들이 대규모로 펼쳐진 한적한 주택단지...

전원주택이라는 운치있는 이름이야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자가용없이는 외출하기 힘든탓에 늦은 시간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그 골목마다 무리를 지어 널부러진 개떼들의 세상이 되는 곳이다.

거실에 모여 몇 잔의 맥주로 목만 축이자던 계획은
안주로 먹던 해남돌김보다 더 빨리 사라지고
어느새 '나이트 스타디움'으로 2차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더운 날씨탓에 맥주만으로도 취기가 한껏 오른 일행은
금방이라도 비가 퍼부을 듯한 천둥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선다.

"참 신기하단 말야,
분명 비가 올 것 같은데 안 온단 말이지,
한국에 있을 때는 내 별명이 일기예보였는데..
이곳 날씨는 도무지 감이 안와."

"그런데도, 여기 애들은 기가막히게 올지 안 올지를 안단 말이지...
신기해~"

따위를 주절거리면서...

그 소리에 개떼들이 요란하게 짖는다.
낯선 이방인의 (마늘)냄새에 흥분한 탓도 있지만,
밥주는 현지인들과는 달리 돌주는데 익숙하다는 걸 지들도 아는 탓이다.
번뜩이는 눈빛이 막 낳은 아기코끼리를 노리는 하이에나나 다를바 없는 녀석들이다.

다행이 저 멀리서 택시가 달려온다.
대로변까지 쫓아오며 늑대소리로 울부짖는 녀석들과 오늘은 실갱이를 하지 않아도 되겠기에
혹 그냥 지나칠까봐 양팔까지 벌려 흔들면서 택시 앞을 막아선다.

그리곤 조수석을 향해 성큼 걸어가서는 급하게 문을 연다.
뜻밖에도 그 자리에 손님이 있다.
빈차임을 확인했는데... 여기서 내리는 손님인가 보다.

'이 사람이! 도착을 했으면 빨랑 내려야 할 것 아닌가!
하여간 이녀석들은 여기서나 저기서나 느려터져서는...'

잔뜩 인상을 구기며 서두르라는 눈치를 준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손짓까지 훼훼 저으며 빨리 내리라고 재촉한다.

그제서야 눈치를 챘는지 슬그머니 내려서 비켜준다.
표정은 그야말로 황당함 그 자체다.
그도그럴것이 성질급한 빨리빨리 한국인을 언제 만나나 봤겠나.

그러거나 말거나...

서두르지 않으면 '나이트 스타디움'의 좋은 자리를 다 놓치고 만다.
무대앞 두번째 줄 오른쪽 세번째 자리가 그만이다.
가수들의 숨소리와 백댄서들의 땀방울까지 느껴지는 곳.
적당한 조명과 양쪽으로 알맞게 놓인 스피커.
몸을 흔들기에 안성맞춤인 여유공간.

서둘러 택시에 올라 앉는......

뭔가가 이상하다.

평소에 타던 택시와 느낌이 다르다.

어?

조수석에 웬 핸들이?

어?.... 어!!!

∑@.,@;;


여기는 우 측 핸 들....orz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밖에는 '삼인조 외국인 택시강도'에게 차를 빼앗긴 택시기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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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잠산 2006/10/14 01:17 수정/삭제/ 댓글

    ㅋㅋ 이거 실화냐,? ㅋㅋㅋ
    간만에 웃고가는구먼,ㅋㅋㅋ

  2. 2006/10/14 01:31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BlogIcon akgun 2006/10/14 12:34 수정/삭제

      로그인 하면 비밀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구분이 안 돼서...난감합니다. 그나저나 삐짐~

  3. 흠~ 2006/10/14 01:43 수정/삭제/ 댓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태그가 재미나요.
    문화, 폭력. :)

  4. BlogIcon akgun 2006/10/14 12:38 수정/삭제/ 댓글

    잠산// 당연히 실화지. 그렇다고 주인공이 나인 건 아냐.

    흠~// 다른 문화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신이 찾아오곤 하지요.
    인상 험악한(X) 건장한(O) 남자들에 둘러싸여 그런일이 벌어졌으니 그의 당혹감이 이해되어요. 더욱이 말도 통하지 않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5. BlogIcon oopsmax 2006/10/14 22:41 수정/삭제/ 댓글

    죄우측 핸들 차량이 공존하는 시스템은 아닌 듯한데, 그곳에 1년이나 계셨으면서... 대관절 '나이트 스타디움'이 어떤 곳이기에 그렇게 혼이 쏙- 빠지셨을까. "무대앞 두번째 줄 오른쪽 세번째 자리"라... 그런 데이타를 잔뜩 넣어가지고 다니시니... (주인공은 언제나 당신이어요.) (됐나요?)

  6. BlogIcon akgun 2006/10/15 22:04 수정/삭제/ 댓글

    oopsmax// (됐습니다) 첫번째 댓글에도 언급했습니다만, 모두는 자신의 삶에 주인공...(어이 어디??)
    대관령 나이트 스타디움은 말 그대로 장관이지요. 알레스카의 콜롯세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미지에 남미의 나이아가라와 같은 웅장함, 스위스의 끝없이 광활한 초원을 연상케하는 드넓음. 거기에 하와이 팽귄만큼이나 많은 수의 종업원들... 아는게 또 뭐 없을랑가?

  7. 이쁜윤정 2006/10/16 00:26 수정/삭제/ 댓글

    흐흐..
    13일의 금요일 ..사무실 PC와 집에 PC가 모두 이상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포맷했어요..정말 일 많을때 그럼 짜증나는데..흐흐
    바이러스 없는 세상에서 살고파~^^;;

  8. BlogIcon 하이짱 2006/10/16 09:34 수정/삭제/ 댓글

    ㅎㅎ~ 증말 저런일이?
    택시기사 아저씬 증말 당황했겠다...ㅋㅋ

  9. BlogIcon akgun 2006/10/16 14:18 수정/삭제/ 댓글

    이쁜윤정// 일하기 싫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 주면 아주 좋지~
    그러고 보니 13일의 금요일이라는 바이러스가 있었던 듯도 한데...

    하이짱// 택시운전을 하다보면 이런저런일이 많기도 하겠지만
    운전경력에 길이 남는 사건이 아닐까 싶다.

  10. 흠~ 2006/10/16 18:56 수정/삭제/ 댓글

    저 비밀글이 내가 쓴건지 아닌건지
    기억이 가물해서 난감한 그 것처럼...

    말이지요? 웃음.

  11. BlogIcon akgun 2006/10/17 11:57 수정/삭제/ 댓글

    흠~// 비밀글은 반드시 비밀로 부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만
    흠~님이 쓰신 것 맞습니다. ^.,^
    설마 비번도 잊으신 거에요?

  12. BlogIcon 미루키 2006/10/18 13:58 수정/삭제/ 댓글

    우하하하하;; 상상이 되면서 폭소~~

  13. BlogIcon akgun 2006/10/18 20:44 수정/삭제/ 댓글

    미루키// 아무래도 정신머리가 웃을 일 만은 아닌 듯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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