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여인

Note/movies 2006/12/22 15:03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뭔가 불편하다. 어이가 없다. 그리고 그게 웃기다.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옆 테이블에서 지지리 궁상떠는 인간들을 발견한 느낌. 그걸 친구한테 어깨짓으로 "쟤들 좀 봐바. 깬다" 하는 그런 느낌. 근데 그게 좋다. 어디 안 그런 사람 있나? 그걸 '깬다'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들의 감정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그 상황이 재밌어 지는 것이다.
모두가 근사하게 사는 것을 꿈꾸지만 한편으론 모두에게 그런 궁상스런 일상이 존재한다.

"쌓인게 많은 친구야.. 쫌만 조용히 하께에~"

뭐 그럴리는 없지마는 내게 만약 홍상수 감독과 술 마실 기회가 생긴다면 난 대작 안 할 것 같으다. 내 비열하고 쪽팔리고 숨기고 싶은 부분을... 그 숨기려고 요리조리 잔머리 굴리는 모습까지 통채로 까발려질 것 같아서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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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이랑 2006/12/22 22:58 수정/삭제/ 댓글

    모두가 근사하게 사는 것을 꿈꾸지만 한편으론 모두에게 그런 궁상스런 일상이 존재한다는 말이
    왠지모를 위로가 되요.

  2. BlogIcon 대마왕 2006/12/23 01:15 수정/삭제/ 댓글

    강원도의 힘을 정말 지루함과 무료함을 견디며 봤지만 솔직히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더군요. 덕분에 같은 감독의 다른 영화는
    손대기가 참 꺼려지더라는;
    아 놔 그리고 고현정은 왜 안 벗는데요 -_-

  3. BlogIcon akgun 2006/12/23 15:49 수정/삭제/ 댓글

    연이랑// 위로까지만 받으셔야돼요. 거기에 동화되시면 친구들이 시러할 꺼에요 :)

    대마왕// 홍상수 영화가 무언가를 말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될 껄.
    그는 그냥 일상을 근사하게 포장하거나 보편적인(허리웃 코드식의 전달법) 대화법을 사용하지 않고 보여주려는 것 뿐이지. (아마도...)
    칼을 들이대지 않아도 우리식의(우리안의) 비열함 같은 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본다.

  4. BlogIcon akgun 2006/12/23 15:50 수정/삭제/ 댓글

    아! 고현정이 안 벗은 것에 불만이 있으신가 본데... 아마 이번편에서는 몸매가 안 받혀줘서;;
    그래도 속담배 안 핀 이영애보다는 낫다고 본다(이건 버럭이야)

  5. 흠~ 2006/12/28 14:31 수정/삭제/ 댓글

    낯설게 찍기, 환상제거 하기, 그분의 특기죠.
    이 작품이 그 중 최고가 아니었나 싶어요.
    배우로서의 김승우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에서 미스캐스팅이라 생각했던 그가
    다시 보이기도 했고... 그랬답니다.
    어쨋든 이 감독님 매력있어요.
    술 마실 기회를 사양하신다면 제게 차례를 돌려주세요. 흣;

  6. BlogIcon akgun 2006/12/28 15:39 수정/삭제/ 댓글

    무지 불편한데도 그게 좋아요. 즐겁고...
    저도 김승우라는 배우를 무지 싫어했었는데 아마도 연기 보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그러했지 싶어요. 뭐 연기도 잘 한다고 할만한게 없었지만요.
    근데 이 영화에서는 참 잘하더군요. 롱테이크 위주인 영화에서 감정을 잘 끌고 가던데... 역시 영화는 감독의 예술임이 분명합니다. 배우들 연기를 끌어내는 걸 보면요.
    대작할 기회가 생기면 흠~님은 반드시 동석하도록 ^.,^;;

  7. 흠~ 2006/12/31 01:41 수정/삭제/ 댓글

    영화 초반에 개를 만난 김승우가
    방정맞게 화면 왼쪽으로 튀는 장면있잖아요.
    그 장면보면서 참 영리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점핑과 동선, 참 좋았어요.

  8. BlogIcon akgun 2007/01/02 05:08 수정/삭제/ 댓글

    그 장면에서 김승우의 영리함을 발견하시다니...
    김승우의 연기도 좋고 고현정(비록 위의 '대마왕' 지적처럼 벗지는 않았지만 - 그게 왜!!)도 연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게 상당히 능숙해서 영화를 잘 받쳐준다는 느낌이지요. 근데 홍상수 감독의 모든영화의 배우들이 다 연기를 잘 하는 걸 보면 그들, 배우 내면의 마이너한 부분을 잘 끌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지금 둘이 날 넘어 나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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