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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6 나의 하루는... (12)


시간이 무섭게 흘러간다.

억지로 뜬 눈은 아무리 부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흐릿하기만 할 뿐, 밤사이 신경을 긁던 - 엉덩이가 붉은 피로 가득찬 - 모기 한마리 좇아 보지 못한다.
어기적 어기적 무릎걸음으로 홀애비 냄새로 가득찬 방에서 벗어난다.

구겨진 걸레마냥 싱크대에 기대고 앉아 벌컥 숨을 들이키는 정수기를 응시한다.
'물... 건강에 좋다는데.. 일어나자 마자 한 잔 마시라던데... 무병장수의 비결이라던데...'
생각은 불로초를 찾아 차마고도 그 어디쯤을 헤매고 있지만 몸은 여전히 구겨진 걸레;;

정신을 차리려 신문을 끌어다 읽는다.
언제쯤 이 익숙한 이름들을 활자에서 쫓아 낼 수 있을런지...
'지겹다. 지겨운 인간들...'

신문 몇 장 넘겼을 뿐이데, 벌써 한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그러기에 광고까지 읽을 필요는 없었던 거다.

배가 고프다.

까스레인지 위의 냄비를 열어본다. 차갑게 식은 콩나물 국.

대충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신다.
꼭.꼭.꼭.꼭.꼭 씹어 삼키라는 말은 조카랑 한 밥상에 앉았을 때의 얘기일 뿐.
후루루룩 마신다.

그런데도 벌써 시간은 정오

컴을 켜고 익숙한 페이지 몇 장을 클릭하고... 며칠째 미루던 그림을 그리다 보면... 벌써 밖이 소란스럽다.

8살 조카와 5살 조카가 3달짜리 강아지와 떠들고 있다.
해는 뉘엿하다.
조용히 그 한켠에 앉아서 녀석들의 응석을 받아주고 같이 저녁을 먹는다.
꼭.꼭.꼭.꼭 씹어 삼키라는 말도 잊지 않고...

양말 한 켤레 챙겨들고 헬스클럽에 들러 철덩어리랑 씨름하다 샤워하고 돌아오면 하루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 시간 참 무섭게 흘러간다.



  1. BlogIcon 대마왕 2009/06/28 02:22 수정/삭제/ 댓글

    시간 무섭게 흘러가죠.
    자비 없음.

    • BlogIcon akgun 2009/07/01 00:30 수정/삭제

      새 음반 CD롬에 넣고... iTunes에 불러와서 자켓이미지 넣고... 수록곡 정보 읽으면서 잠깐 들었다 싶으면 벌써 몇 시간 훌쩍;;
      하루종일 별달리 한 일이 없네...

  2. 2009/07/22 23:50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BlogIcon akgun 2009/07/29 12:02 수정/삭제

      아이디가... ^.,^

      네트는 광대해.
      DDos 주범이 그리 쉽게 잡힐 것 같어??

    • 2009/07/29 16:51 수정/삭제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BlogIcon akgun 2009/10/14 01:38 수정/삭제

      제가 뭘 어쨌길래!!

    • 2009/11/21 11:08 수정/삭제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BlogIcon akgun 2009/11/20 12:32 수정/삭제

      흐흐흐
      반갑습니다.

  3. BlogIcon Rin 2009/07/29 15:55 수정/삭제/ 댓글

    공감...
    알바로 점철된 하루가 또 가네요
    오늘은 너무나 빨리 가는데
    어제는 어제가 아니라 한 달 전쯤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건강하시죠?

    • BlogIcon akgun 2009/10/14 01:37 수정/삭제

      얼마만에 rockgun.com에 로그인 해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진회색의 바탕화면만 봐도 무기력해지는 기분입니다.

      안녕하시지요?

  4. 말이말 2009/11/03 20:31 수정/삭제/ 댓글

    겨울이넹...말

    • BlogIcon akgun 2009/11/20 12:32 수정/삭제

      어제 바닷가에, 아니 바다위에 서있었더니 겨울은 겨울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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