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하면서 짐정리를 하는데 낯익은 박스 하나가 눈에 띈다.

한지같은 종이로 만든 수제 박스의 윗쪽면엔 투명한 비닐이 속 내ㅤㅁㅛㅇ물을 확인 할 수 있도록 붙여져 있고 그 안에는 하트모양으로 놓여진 낱개 포장의 쵸콜릿이 들어있다.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받은 쵸콜릿상자다.

한참을 들여다 보고 앉아 있었다. 왜 먹지 않고 포장 채로 남겨 뒀을까..
내 성격엔 낼롬 까서 먹었을 텐데, 포장도 뜯기지 못한채로 남겨진 초콜렛에 무슨 의미라도 있는 양 - 어려운 퍼즐의 답을 찾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들여다 보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상한 쵸콜릿 뿐이다.

쓰레기통으로 손을 옮기면서도 퍼즐은 여전히 머릿속을 맴돈다.


11월 11일이나, 11시 11분 같은 숫자는 쵸콜릿을 선물해준 그녀와 인연이 있다.

밤늦은 시간에 통화를 자주 했었는데 우연히 11시 11분에 같은 맘으로 통화가 연결된 때가 있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의미가 됐었다. - 언제나 이런 것들은 진부한 이야기지로 시작되지 않던가.

오늘이 11월 11일 이라는 것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도 자연스럽게 그런 (지난)추억이었다.

빼빼로 데이의 의미보다는...



이곳에 빼빼로 데이 따위가 있을리 없다.
빼빼로를 닮은 과자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빼빼로를 수줍게 건낼 소녀도 역시 없다.

있는 것이라곤
쵸콜릿 향이 나는 빼빼로 길이의 담배를 물고있는
내 모습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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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홍대박씨 2005/11/11 22:16 수정/삭제/ 댓글

    이인간이 타향살이 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이렇게 감상적이 된겨? 그만해!!

  2. BlogIcon akgun 2005/11/11 23:54 수정/삭제/ 댓글

    질투하는거야?

  3. BlogIcon 연이랑 2005/11/12 19:22 수정/삭제/ 댓글

    빼빼로데이가 지났네..근데 빼빼로데이엔 뭐하는거예요.
    친구들끼리 서로 빼빼로 주고 받고 그러는건가요?

  4. BlogIcon akgun 2005/11/12 20:12 수정/삭제/ 댓글

    살빼는 날이잖아요. 빼빼하게..-_-;;

  5. BlogIcon 연이랑 2005/11/12 23:42 수정/삭제/ 댓글

    헉....저 놀리시는거죠 ㅠ0ㅠ

  6. BlogIcon akgun 2005/11/13 18:21 수정/삭제/ 댓글

    빼빼로 먹고먹고 야야호 야호~

  7. BlogIcon 미루키 2005/11/16 17:33 수정/삭제/ 댓글

    전 갑자기 11시 11분이라는 영화가 생각..;;

  8. BlogIcon akgun 2005/11/16 18:30 수정/삭제/ 댓글

    11시 11분이란 영화가 다 있던가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같은 건 봤던 것같기도 한데...

  9. BlogIcon 미루키 2005/11/17 17:46 수정/삭제/ 댓글

    힐러리 스웽크가 공동제작을 하며 조연급으로 나오는 영화예요.
    상당히 골때리는데 재밌다는..^^;;

  10. BlogIcon akgun 2005/11/18 06:29 수정/삭제/ 댓글

    힐러리 스웽크는 또 누구...-_-;;
    제가 그 이름 외우는데 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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