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Jaleo - Calypso /



모두가 물 건너 외국여행에 열을 올리는 판에
난 왜 태백인가?

태백!
한반도의 등줄, 대한 남아의 기상, 민족의 영산!!
자신이 사는 땅도 제대로 안 돌아보고,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외국여행이란 말인가.


헹~!!

거창한 토를 달 것 없잖아!
돈이 없어서 못가는 거다. 물 건너갈 비행기 삯이 없는것 뿐인거다.
아니라고? 국내 여행이나 외국여행이나 경비는 얼마 차이 없다고??
그...그런가?

그래, 솔직히 영어가 짧다. 무신 말이 통해야 돌아 댕길 것 아닌가.
뭐? 그것도 아녀?
바디랭귀지... 영어 안되도 잘만 돌아 다니더라고??
이런,


그래, 겁쟁이여서 그렇다.
용기가 없어서, 내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울타리 안에서만 놀고 싶은거다.

ㅡ.,ㅡ;;


그 울타리를 조금씩 넓혀나가 보자.







일단은 태백이다.





25일 9:30 TM 출발.
무겁게 구름을 품은 하늘은 그야말로 꾸리꾸리.
여행을 - 더욱이 바이크 여행을- 떠나기엔 좋지 않은 날이다.
그렇다고 머뭇거릴건 없다.
고민이 많으면 떠날 수 없는 법이니까.








양평 초입의 휴게소에서 10분간 휴식.
라이더들에겐 익숙한 장소다.
날이 안 좋음에도 많은 수의 라이더들을 볼 수 있다.
이 녀석은 충실히 내 발이 되어주는 - 가끔은 날려버리기도 했지만 -
섀도우 샤브레 1100 이라는 녀석이다.








양평 - 횡성간 고속국도를 달리다가 6번 국도로 옮겨 탄다.
길을 점검하기 위해 잠시 서서 지도를 펼친다.
5 번국도를 타고 원주를 거쳐 갈 것이다.







이곳은 내가 라이더가 되도록 한 포인트다.
몇년전에 혼자서 여행을 - 그 때나 지금이나 혼자서 - 다녀오던 길이었다.
휴가 기간이어선지 길은 온통 차들로 가득하다. 이날 24시간은 길에서 보낸 것 같다.
차는 막혀서 꼼짝도 않지. 교대해 줄 사람도 대화 할 사람도 없는 차안, 더욱이 스틱.
가져간 음악은 몇번씩을 들어서 질렸고, 라디오에선 싫은 녀석들 뿐이다.
정말이지 차를 버리고 걸어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갓길을 타고 쓍하니 지나가는 바이크들의 무리.
더욱이 뒤에는 예쁜 아가씨들까지(그 찰나의 순간에 얼굴이라도 본겨??). 암튼,
"저거였군!"
그렇게 4륜을 버리고 2륜으로 넘어왔다.








11:06 현재. 홍천 - 원주 행 6 번 국도위의 주유소.
하늘에선 천둥소리가 들린다. 서쪽하늘로부터 비구름이 스물스물 퍼져온다.
저 비구름보다 앞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주유중...
비를 맞아도
S-oil만 넣어준다면 나를 용서할꺼야??







어디선가 급하게 물이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둘러봐도 비는 없는데 주유소 뒷편을 끼고 도는 계곡 물소린가?









주유비를 결재하는 점원이 '비다!' 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위를 올려다 본다.
주유소 지붕으로 얹어놓은 슬라브를 빗줄기가 때리는 소리였다.
짙은 색 고글탓에 빗방울이 안 보였었나보다.








금새 바닥에 빗물이 흥건히 고인다.
천둥소리까지 요란해진다.
"쉬었다 가셔야 겠네요? 커피 드릴까요??"
주유소 점원 맨트치곤 좀 요상스럽지만,
나그네(?)에겐 그 보다 더 따듯함이 있을까?

문제는 언제 떠날 수 있느냐는 거다.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며 낙서나 조금 해본다.
구름의 모양새로는 쉽게 떠나긴 틀린 노릇같다.
노트를 접고, 주변 마을이라도 둘러보러 나간다.








금방 내린 비로도 계곡물이 제법 불었다.








물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하수구 물 빠지는 소리 말고...ㅡ.,ㅡ;;







소년은 비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낚시에 열중한다.
피래미 몇마리 못 잡았지만, 녀석에겐 좋은 추억일터다.








시골은 어딜가나 이런 폐가가 많다.
그만큼 농촌살이는 어렵고 떠나는 사람이 많은거다.
내리는 비 때문에 더욱 을씨년 스럽다.








그래도 이 비는 벼를 키워내기에 좋다.
논에 물이 차고 벼는 한껏 진한 녹색이 되어간다.









지겹다못해 쎌프놀이 까지 하게 하고 나서야 비는 멈춘다.
비 개인 후에도 길이 마르길 조금 더 기다린 다음 출발한다.

운이 좋았다.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쉴 수 있었다니.

여행이란 이래서 즐겁다.
가다가 짙은 안개를 만날 수도...
가다가 더운 햇살을 만날 수도...
가다가 거친 비를 만날 수도 있는거다.







원주, 제천을 지나 영월로 길을 잡는다.








하늘은 여전히 한 방울씩의 비를 떨어뜨린다.
구름의 흐름을 읽어가며 달려야 한다.
진한 구름이 폭우라도 뿌린다면 늦지않게 쉴곳을 찾아야 하기때문에...








14:34 영월에 도착.
영월역 앞 '다슬기향촉' 이라는 다슬기해장국집에서 늦은 점심.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 비때문에 쉬기도 했고 노면이 미끄러워서 속도를 못 내는 탓이다.
영월에서 태백까지 아직 만만찮은 거리가 남아있고 태백산맥이 버티고 섰다.
느긋하게 맘을 먹고 6시 정도를 목표로 가자.
또 언제 비가 퍼 부을지 알 수 없는 노릇.

덧)) 식사가 늦어진다고 인상 좋은 웃음으로 사과를 하시는 주인 아저씨.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좀 쉬어가야 할 때에 못 기다려줄 이유가 없다.

덧)) 다슬기가 다 식기도 전에 해가 뜬다.
태백까지는 한 시간이면 된단다.
길은 언제 비를 맞았냐는 듯이 뽀송하다.
출발할 때의 염려보다 순조로운 여행이 되어가고있다.





/ 태백이야기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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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kgun 2004/10/09 02:49 수정/삭제/ 댓글

    야금 야금 데이터 카피 중...

  2. akgun 2004/10/09 03:07 수정/삭제/ 댓글

    -----------------------------------------------------------
    천하
    출발~!!
    2004-08-08 05:00:28

    이쁜홍아
    내 염려보다 훨씬 좋은 여행이었나보네..
    다행..
    2004-08-08 13:25:00

    akgun
    출발!!
    어떤날의 출발을 BGM으로 쓰고 싶었지만, 경쾌하게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여행은 계속 됩니다.
    2004-08-08 14:03:22

    연이랑
    멋지시네요.....
    2004-08-08 16:30:31

    akgun
    멋져보이도록 찍는데 온 힘을 쏟는거죠.

    사실은 고생의 나날;;
    2004-08-09 09:32:14

  3. 재연 2004/10/09 11:58 수정/삭제/ 댓글

    제목에 ' * ' 표 넣으면 .. RSS 페이퍼에 안 올라온다니깐 ..
    4개나 넣었네 .. --;
    일부러 그런거야? 그런거야? (웃찾사 버전)

  4. akgun 2004/10/09 21:57 수정/삭제/ 댓글

    어;;

  5. BlogIcon oopsmax 2005/07/15 22:32 수정/삭제/ 댓글

    '남자용 화장실'에서 찍으신 셀프 멋딥니다! 의상, 포즈, 표정, 힘줄;, 눈주름;; 예술!

  6. BlogIcon akgun 2005/07/16 21:09 수정/삭제/ 댓글

    나머지 안 보이는 부분이 언제나 문제죠. =-_-;;

  7. 이삔~~ 2005/12/10 17:12 수정/삭제/ 댓글

    어머 어머~` 김종국같애.^^ 화장실의 낯선 그남자.......

  8. BlogIcon akgun 2005/12/11 15:26 수정/삭제/ 댓글

    -.,-;;
    네가 그런 취향이었다니...잘 참고하마(해서 뭐할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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