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농사꾼의 아들로 자랐다.

그런탓에 누구보다 농사(벼농사, 쌀농사)를 짓는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안다. -뭐 부모님의 증언에 의하면 "뺀질이 둘째는 들에서 일하시는 당신들의 모습이 저 멀찍이 보이기만 해도 언제나 산을 빙 돌아서 도망갔다" 라고 말씀하셨으니까 내가 그리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자랐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렇다해도 농사꾼들의 힘든 생활은 충분히 알고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고단한 하루하루가 내 삶을 둘러싼 전부였으니까!

난 아직도 밥을 짓기위해 쌀을 씻다가 한 톨의 쌀이라도 씽크대 하수구로 흘러들게 하지 않는다 못한다. 그리고 여전히 밥을 버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릇에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먹는다. 그러지 않으면 신경이 쓰인다. 어릴적 보았던 조심조심 쌀을 씻으시던 어머니, 흘린 밥알 한 톨까지도 다 주워먹게 하셨던 엄한 아버지의 교육탓이다. 아니 이건 교육이기 이전에 우리네 농사꾼들의 1년 고생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결과다.

'음식 남기면 죽어 지옥가서 남긴거 다 먹는 벌을 받는다'는 무시무시ㅡ.,ㅡ한 얘기는 안 믿었다 하더라도...

수확이 끝난 휑한 들판에 저녁노을이 다 지도록 떨어진 한 톨의 이삭을 줍던 내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면, 이런 내 습관과 버릇이 꼭 궁상이라고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 쌀 개방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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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빨간부리 2005/12/05 20:38 수정/삭제/ 댓글

    고향이 어디다요?
    글 내용으로 보아서는 솔찬히 나이를 자신듯 하요잉~ 그랑것도 다 알고...
    암튼 좋은 글 잘 읽었고 님의 농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 감사합니다.

  2. dogy 2005/12/05 22:50 수정/삭제/ 댓글

    쌀 종주국은 세상 어디다요..?

  3. BlogIcon akgun 2005/12/06 11:30 수정/삭제/ 댓글

    빨간부리// 흣;; 솔찬히 자신 거슨 아닌디...
    황우석 박사의 파워에 가려지는 얘기꺼리여서 안타깝기도하고, 도시의 발전에 전혀 공감받지 못하는 그들의 하루가 애석하기도 해서...늦게나마 포스팅 해봤습니다. 아직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친구녀석도 걱정이 되구요.

    dogy// 종주국이 어딨겠어, 이 글로벌화란 이름의 세계에서...
    빨리 매드맥스같은 세상이 되서 우리같은 힘있는 사람이 나약한 인간은 다 짓밟아 줘야하는건데... 이놈의 도덕이란...

  4. BlogIcon 홍대박군 2005/12/06 16:49 수정/삭제/ 댓글

    쌀개방 반대!
    소고기도 반대!
    - 박상범-

  5. BlogIcon J.Yeon 2005/12/06 17:05 수정/삭제/ 댓글

    글에서 진솔함이 느껴지는 것이 공감가는군 ..

  6. comixs 2005/12/06 17:25 수정/삭제/ 댓글

    태균선배 부모님 저번에 전시회때뵈니....근검절약하시고 부지런해 보이시던데....태균선배 아들맞는건감유?...ㅋㅋ
    아마도 우리몰래 때돈 모아놓구 있을지도 모르지...ㅋㅋㅋ

  7. bambam 2005/12/06 17:33 수정/삭제/ 댓글

    언제 돌아오삼~??

  8. BlogIcon akgun 2005/12/06 19:47 수정/삭제/ 댓글

    홍대박가// 데킬라 수입 전면 금지. 애니메숑 관련 종사자 음주 전면 금지 및 당구장 주변 100m 이내 접근 금지.
    - 만사마(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J.Yeon// 언제는 다 뻥 같았단 말인가?

    comixs// 저의 부모님들이야 제가 받들어 모셔도 부족함이 없으십니다만, 굳이 실패한게 있다면 둘째 농사를 잘못지으셨;;

    bambam// 기약이 없어요. 기다리지 마사~!

  9. BlogIcon oopsmax 2005/12/07 07:12 수정/삭제/ 댓글

    스킨을 바꾸신(?) 이유가 뭘까요. (별로 다를 것도 없는데에,,)
    "농사꾼의 아들"은 아니지만 저도 밥알을 남기지 않고 먹는답니다.
    칭찬 안 해 주셔도 됩니다. 휘릭~
    아참, 부친께서 낙농업에 종사하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갸우뚱.

  10. zapzap 2005/12/07 09:33 수정/삭제/ 댓글

    흘린밥 줏어먹기.. 점심시간에 식당 밥상에서 줏어먹으면 지저분하다고 뭐라 하더라. 크허허허

  11. BlogIcon akgun 2005/12/07 12:10 수정/삭제/ 댓글

    oopsmax// 스킨을 바꾼 중요한, 아주 핵심적인, 절대적, 불가피한 이유가 있지요. 차차 알게되실겝니다.(별로 다를 것도 없는데도,,)
    쓱쓱~
    낙농에도 뜻을 두셨었더랬지요. 결국 다 접고 떠나오셨지만...

    zapzap// 흣;;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혼납니다요. 더욱이 우리처럼 흙도 주워먹어본 세대가 아니라면 탈이날 우려가...-.,-

  12. BlogIcon 연이랑 2005/12/07 21:12 수정/삭제/ 댓글

    근데 음식 안남기고 지옥가면 지옥에서 굶는건가요?

    ...^^;;;

  13. BlogIcon akgun 2005/12/08 01:31 수정/삭제/ 댓글

    흐흠...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역시 노후를 준비하듯 사후도 준비해야하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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