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배에 살살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드는 걸 보니, 밤이 새어가고 있나보다.

7월 12일에 들어 왔으니 벌써 17일 가량을 보낸 셈이다. 여전히 처리해야할 것들 - 주민등록증 재발급(도대체 어떤 절차가 필요하길래 20일씩이나 걸리는지 공무원 아무나 설명 좀...), 국제면허 발급, 잘 못 결제된 사항들, 부탁받은 A/S, 바이크 처리, 머리자르기...등 - 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 시간만 흘러간다.

해질무렵 바이크샵에 있다가 전에 같이 일하던 원화가 친구를 만나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학동에서 강남구청으로 가는 길 왼편의 바이크 매장을 끼고 돌면 나오는 '남도 음식 전문점'이었는데, 살짝 기대를 하고 들어갔지만 가격에 비해 특별날 것 없는 맛이었다. 내가 '북도' 출신이어서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못 느낀 것인지도 모르지만...

팀벅투에 들어가기 전에 봤었으니까 근 10개월만이었다.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가 문뜩 그 친구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 10개월이 짧은 기간은 아니니 그럴 법도 한 얘기지만 어쩐지 이런 일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란 내가 보내는 주변의 흐름과 저 산 너머, 내가 바라 볼 수 없는 곳에서의 흐름이 전혀 다른 것일 때가 종종 있다.

내 우울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느끼게 될 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명치끝이 살짝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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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oopsmax 2006/07/30 21:27 수정/삭제/ 댓글

    첫 문장이 참 서정적입니다. 그런 식으로 밤이 새어감을 감지하시는군요. 신선한걸요.
    일찍 주무셔야죠.

  2. BlogIcon 대마왕 2006/07/31 02:04 수정/삭제/ 댓글

    와이프가 울자 왜그러냐고 물으니 우울하다고 하더군요.
    왜 우울하냐고 하자 와이프가 살짝 웃더니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냐."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란 해결 없이 마냥 자신에게 느끼는 연민인지 고민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나름 현상에 대한 자아성찰 같네용.
    그냥 형 글 보니까 생각나서 -,.-..

  3. BlogIcon akgun 2006/07/31 14:55 수정/삭제/ 댓글

    oopsmax// 전혀 모르는 증상은 아니시지요? 이 바닥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의 직업병에 가깝겠습니다.
    잠은 때되면 자연스럽게...

    대마왕// 첫문장의 '하더군요'와 네번째 문장의 '했다고 합니다'가 완전 반전인데?
    너도 그 사이 애라도 생긴 줄 알았다. -.,-;;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냐'라는 대사는 나도 참 많이 사용한다고 느끼는데
    사실은 상대를 아프게 하는 대사일 수 있지. 전혀 그런게 아닌데도...

    • BlogIcon 대마왕 2006/07/31 19:15 수정/삭제

      하아... 20대 방랑하는 청소년에게 아이가 왜 생기겠습니까..
      그 대사 사실 상대방에게 더 참견하지 말고 더 다가오지도마라~랑 걸 차이가 없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 BlogIcon akgun 2006/07/31 21:08 수정/삭제

      방랑을 재대로 안 하나 보구나?
      아니면.......음... 음...응??

  4. 흠~ 2006/07/31 22:30 수정/삭제/ 댓글

    제 명치 끝도 좀 저린데요.

    • BlogIcon akgun 2006/08/01 20:39 수정/삭제

      손을 교차해서 명치끝에 X표의 중앙이 오도록 하신다음
      살포시 안아주실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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