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주 작다.

그리고 아주 어려보인다. 실제 나이가 27살 인데도 중학교를 막 졸업한 '아이'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작고 깡마른 체구에 늘상 입는 옷이라곤 5살 바기 내 조카가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이면 입을 수 있을 듯한 작은 티셔츠 - 가슴엔 곰돌이 푸우가 크게 그려져 있는 파란색 티 - 에 짧은 런닝팬츠 차림인데다, 긴 생머리를 바짝 올려 묶은 모습으로 조심조심 걸어다니는 폼이 아주 어린 여자아이 처럼 보인다.

어느새 돌아보면 이 넓은 곳이 매일 쓸고 닦여있다.


미얀마 출신인 그녀는 자신의 긴 이름을 버리고 '체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것이 예명인지, 아니면 그녀 이름의 한 부분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녀나 나나 서로를 깊이 알기에는 언어가 짧고 하는 일도 너무 다르다. - 영어는 내가 더 짧을 것이다.

듣기에는 무릎을 꿇고 식사주문을 받아도 당황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녀는 집안 가구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이다. - 일행이 보았다는 한국인 식당의 한 부부는 둘만 식사를 하고 옆의 가정부는 애를 보고 있더랜다. '가정부(메이드 - 이곳 언어로 '메반')'란 그런 존재인 거다.

그런데도 우리 일행은 그녀가 신경이 쓰여서 종종 화제에 올린다. 그것이 '여권신장'이나 '페미니스트'적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일하는 양에 관한 것이거나, 그녀의 보수, 혹은 그녀의 생활상들을 말이다.

그리곤 먹고난 음식그릇을 주방의 싱크대위로 옮겨준다. 어쩌면 그녀의 가정부 생활 중 가장 호의적인 인간들 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의 우려도 생긴다. 우리의 이곳 생활은 길어야 6개월 일테고 그녀의 편안(?)한 생활도 그동안일 뿐일 테다. 그렇지만 그녀의 가정부 생활은 그것으로 끝나리란 보장이 없다. 그런 그녀가 지금의 생활로 길들여져서 평범한 다른 이들에게 불평이 생겨선 곤란하다. 그녀의 일만 따져본다면 "그냥 하던대로' 두는게 나은 일일 수 있다. - 생각해보면 내가 우려하는 것 보다는 그녀가 (그녀 분야에서) 선수 일테니 내 염려가 기우일테지만.

우리는 절충해서 그냥 빨래는 테이블위에 올려놓으라고, 그러면 알아서 찾아가겠다고 했다.


한국 음식을 곧잘 하는 그녀, 덕분에 이곳 현지 음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뱀다리) 한국의 시간과 2시간 정도 차이가 있는 탓에 포스팅 시간이 좀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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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apzap 2005/10/24 09:21 수정/삭제/ 댓글

    아,아니 저렇게 넓은데서 지내는거야? 어려보이는 27살짜리 하녀랑??

  2. BlogIcon akgun 2005/10/24 11:29 수정/삭제/ 댓글

    아니 '27살짜리 하녀'를 강조하는 이유가 뭐냐고오~

    CRT모니터를 빨랑 붙여야 제대로 된 포스팅을 할텐데...

  3. raw 2005/10/24 13:33 수정/삭제/ 댓글

    싱글들 살쪄서 오겠구만. 즐겁게 생활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구그래~

  4. BlogIcon oopsmax 2005/10/24 13:35 수정/삭제/ 댓글

    마음 씀씀이가 참 세심하고도 예쁘십니다. 용케 벌써 사진을 현상하셨네요. 음, 2시간을 버셨군요. 하지만 귀국시 도로 빼앗기실 테니 공평. 저도 저런 곳에서 (꽃미남) 도우미와 함께 지내고 싶어요. ㅠ_ㅠ

  5. BlogIcon 홍대박씨 2005/10/24 13:55 수정/삭제/ 댓글

    이건 뭔가 굉장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내 생활에 불만이 느껴지기까지 한다구.
    싯팔!~

  6. BlogIcon akgun 2005/10/24 13:58 수정/삭제/ 댓글

    raw// 노천 수영장과 헬스장, 싸우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운동은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조건.

    oopsmax// 제 의견도 아니고 그냥 흐름이죠. 사진은 한국에서와 거의 같은 가격이에요. 포장이 좀 다른 것을 빼면 거의 동일. 시간역시 컴 시간을 한국시간으로 맞춰놓은 - 변경하지 않았을 뿐 - 탓에 개념이 모호. 꽃미남은 안타깝게도 별로 눈에 띠지 않습니다. 꽃미녀들이 워낙 강세다 보니...

    홍대박씨// 네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게 이해가 된다. 아주 호사스런 생활이지. 감히 한국에서는 꿈꿔보지 못할...
    아직 버섯요리는 접해보지 못했다만....

  7. BlogIcon jamsan 2005/10/24 14:23 수정/삭제/ 댓글

    음,,,음,,음,,,, 인천공항서 알아서 와라,,,ㅠ.ㅠ.;;

  8. gnome 2005/10/24 14:30 수정/삭제/ 댓글

    몇일전 시사프로그램 "W" 에서 보았던 인도가 생각나는군요..
    그 엄청난 계급사회와 불가촉천민에대한 엄청난 인권유린..등등.
    그런것에 비하면 그 뇨자분은 굉장히 복받은게 아닐까란.....
    그런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문화라면...............

  9. BlogIcon akgun 2005/10/24 17:14 수정/삭제/ 댓글

    jamsan// 다섯 시간 전에 콜 할테니 두툼한 외투를 지참하고 나와라

    gnome// 인도의 엄청나다는 신분제도는 아주 유명해서 저도 들은바가 있지요. '카스트 제도' 였던가 -_-a;;
    그런데도 그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강이란 건 또 시사하는 바가 있죠.
    모든 문화는 스스로 정화되면서 변화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발전'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10. dogy 2005/10/25 02:38 수정/삭제/ 댓글

    허헛.. 네트워크 세상인데, 너무 공개하시는 거 아닌가 모르것어요..

  11. BlogIcon akgun 2005/10/25 10:26 수정/삭제/ 댓글

    잡혀갈랑가? -_-;;
    아니지, 쫓겨 날랑가?

  12. BlogIcon calculator salary 2007/07/22 20:50 수정/삭제/ 댓글

    우수한 일!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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