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거리를 흐느적 거리다 보면 거리가 흔들리는 것인지 내가 흔들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호접몽(胡蝶夢)상태가 되어버리곤 한다. 머리가 숙취로 인한 통증을 자각하지만 않는다면, 그래서 내가 마신 술의 양을 헤아려 깨닫지만 않는다면 정말로 거리가 통채로 물결치고 있다라고 착각할지도 모르지. 아주 그럴듯한 씽크로율이다. 간단히 '정신이상'이란 단어로 통합될 감정의 이상 변화겠지만, 취한 사람과 취하지 않은 사람만큼 극명하게 대립되는 관계가 또있을까. 애너하임에서 뛰는 야구 대표팀 선수와는 쉽게 호흡될 수 있어도 바로 옆에서 세상이 흔들린다고 믿는 취한사람과 (맨정신으로) 동화되기란 쉽지 않다. 마운드에 국기를 꽂는 그 삘은 심장이 울컥거릴 만큼 전달 되지만 취한입에서 얼큰하게 흘러나오는 대중가요는 그저 소음일 뿐이지 않던가. 심지어 야구를 모르더라도 그 흥분에 같이 열광 할 수는 있지만 술은 그와 반대로 마셔본 사람일 수록 (맨정신으론) 취한사람과 더욱 동화가 안된다.(나만 그럴랑가?-.,-) 아무튼, 취한사람이 하는 행동은 그저 '술주정'일뿐이란 말씀.

소싯적에는 취하면 흥얼흥얼 노래도 잘 불렀었다. 마주오는 사람이 생기면 볼륨조절을 하는 소심함 매너 정도는 있었고 정말 얼큰하게 취하면 웅얼웅얼 시를 토하기도 했었다. <망자의 길처럼 무겁게 놓인 새벽 길가 / 우뚝한 것은 가로등과 나뿐 / 너는 어깨를 마주하고 불 밝힌 벗이라도 있으나 / 내 귀가길엔 어제가 오늘이 된 어제의 신문쪼가리만 날린다 > 따위를 오물거리면 엉킨다리를 더 비척거려보는 재미가 있었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지금은 거리가 흔들리기 전에 두통이 먼저 생겨서 적절한 절주가 되고 있지만 그 시절의 얼치기 시인이 그립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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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연이랑 2006/03/18 14:42 수정/삭제/ 댓글

    낭만 시인이군요.
    저도 한때 참..고상했던 적이 있었는데.지금은 완전 아줌마 다 되 버려서..

  2. BlogIcon akgun 2006/03/18 15:58 수정/삭제/ 댓글

    나만 시인이라고...-.,-;;;
    연이랑님은 멋쟁이 아줌마잖아요. 다 큰 딸도있고...

  3. BlogIcon oopsmax 2006/03/19 09:08 수정/삭제/ 댓글

    동화를 많이 보(고 읽고 들으)면 동화되기 쉽다고 하던데요. ={'_'}=
    12시에 대망의 한일 3차전!

  4. 2006/03/20 01:11 수정/삭제/ 댓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5. BlogIcon akgun 2006/03/20 03:02 수정/삭제/ 댓글

    oopsmax// 동화를 믿지 않게 된 것은 꽤나 오래전 일입니다. 친구 jamsan이 동화 일러스트를 하면서 부터지요.

    비밀댓글// 좋아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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